사회를 보는 시야

언어로 식민주의에 맞선 작가, 응구기 와 티옹오를 기억하며

심마저자 2025. 5. 2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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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동아프리카 문학의 거장이자, 탈식민주의 문학의 선구자,
케냐 출신의 작가 응구기 와 티옹오(Ngũgĩ wa Thiong’o) 선생께서 향년 87세로 별세하셨다는 소식입니다.

 

1. 응구기 와 티옹오, 그는 누구였을까요?

응구기는 아프리카 현대문학을 논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작가입니다.
단지 문학 작품을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언어와 권력, 식민주의와 해방에 대해 평생을 고민하고 싸워온 투사였죠.

그는 한때 영어로 글을 쓰던 작가였지만, **‘언어마저 식민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강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영어 사용을 중단합니다.
심지어 자신을 식민화했던 이름인 ‘제임스 응구기’도 버리고, 케냐 토착 언어인 **기쿠유어(Gĩkũyũ)**로 돌아갔어요.
이 선택은 전 세계 문학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이후 그는 기쿠유어로 아프리카인의 시선으로 세계를 말하는 작가로 거듭납니다.

 

2. 대표작과 메시지

  • 『십자가 위의 악마』: 감옥에서 휴지에 써 내려간 기쿠유어 최초의 현대 소설.
  • 『피의 꽃잎들』, 『까마귀의 마법사』: 케냐의 역사와 권력구조를 날카롭게 비판.
  • 『마음의 탈식민지화』: 식민 언어의 지배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한 명저.

이 모든 작품의 공통점은 **‘언어는 곧 정체성이며, 언어를 되찾는 것은 존재를 되찾는 것’**이라는 응구기의 철학이 녹아 있다는 점입니다.

 

3.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

놀랍게도, 응구기는 한국 시인 고 김지하의 영향을 크게 받았던 작가였습니다.

1976년, 일본에서 김지하 시집 『민중의 외침』의 영어판을 접하게 된 그는
‘오적’에서 느낀 사회 풍자의 힘에 깊은 감명을 받고, 이후 발표한 희곡 『결혼은 하고 싶을 때 할게요』에서
케냐 권력층을 날카롭게 풍자합니다.
이 작품으로 인해 아무런 혐의도 없이 1년간 투옥되지만,
감옥 안에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앞서 말한 『십자가 위의 악마』를 완성하게 되죠.

그리고 2016년, 한국의 ‘박경리 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과의 인연을 다시 한번 이어갔습니다.
그는 연세대 강연에서 “내 소설은 김지하 시인의 풍자시에서 탄생했다”고 밝히기도 했어요.

4. 마지막 길을 함께

응구기의 딸, 완지쿠 와 응구기는 “아버지는 충만한 삶을 살았고, 위대한 투쟁을 하셨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생애는 단순한 문학인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민족의 해방을 위해 싸워온 투쟁가의 길이었습니다.

그는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수차례 거론됐지만, 상보다 더 위대한 유산을 남겼습니다.
언어로 식민주의와 싸운 작가, 언어로 자존을 찾은 작가,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글로 민중과 함께 숨 쉬고자 했던 작가 응구기 와 티옹오.

5. 남긴 말, 그리고 남은 이야기

“우리의 정신은 언어 속에 있다.
언어를 빼앗긴다는 건 곧 생각과 존재를 빼앗기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글을 썼고, 글을 통해 싸웠고, 글로써 세상에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제는 그가 남긴 질문에 우리가 답할 차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응구기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그의 문학과 삶이 전 세계 더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가기를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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