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보는 시야

작은 생명을 구하기 위한 740km의 대장정,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심마저자 2024. 11. 29.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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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용산 대통령실 이전에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었다는 사실은 많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는 지금, 만약 그 금액의 일부라도 이렇게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데 사용되었다면 어땠을까요? 사랑이와 같은 아이들이 필요한 치료를 받게 해 주고, 그 가족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었다면, 이는 진정으로 국가의 미래에 투자하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저출산을 걱정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미 태어난 작은 생명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작은 생명 하나를 구하는 것이야말로 이 나라의 큰 보탬이 되지 않을까요?

 

1. 이야기

 

 

한겨울, 폭설을 뚫고 광화문 광장에 도착한 아빠와 네 살 딸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네 살 사랑이를 위해 전국 곳곳을 걸어온 아빠 전요셉씨는 사랑이를 구하기 위한 마지막 희망을 품고 길 위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그 긴 여정 끝에 마침내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전요셉 씨의 딸, 사랑이는 '듀센 근이영양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습니다. 이 병은 근육이 점차 퇴화하여 나중에는 스스로 호흡할 힘마저 사라지게 만드는 무서운 병입니다. 특히 여자아이의 경우, 5천만 분의 1의 확률로 나타나는 희귀한 질환이죠. 사랑이에게 유일한 희망은 최근 미국에서 개발된 유전자 치료제 '엘레비디스'뿐인데, 이 약값이 무려 46억 원에 달합니다.

사랑이에게 이 치료제를 써줄 수 있는 재정적 여유가 없는 전씨는 고민 끝에 부산에서 서울까지 도보 대장정을 선택했습니다. 후원을 요청하며 국민들의 마음을 두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길은 740km, 하루 이틀 걸리는 여정이 아닙니다. 추운 겨울, 이 길을 걷는다는 건 말 그대로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도 같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진심은 전파를 타고 퍼져 나갔습니다. SNS에 올라온 사진과 사연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었고,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온정이 답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4일 만에 마침내 서울에 도착한 전씨는 13억 7천만 원이라는 커다란 희망을 품고 딸 사랑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빠 웃음"을 짓던 그 순간, 전씨는 사랑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실 아빠는 슬프지 않거나 괴롭지 않은 건 아니야. 하지만 네가 세상에 와주고 아빠의 딸이 돼줘서 감사하고 행복해. 너는 아빠와 엄마의 보물이고 모든 것이야. 사랑아 사랑해." 이 말에 아내 이상아 씨는 연신 눈물을 훔쳤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그저 치료비 마련을 위한 도전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꿈꾸는 삶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었습니다.

고가의 유전자 치료제, 그 무게를 누가 지게 될까요?

엘레비디스와 같은 고가의 유전자 치료제는 그 가격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약입니다. 몇몇 유전자 치료제는 다행히 보험 적용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사랑이가 필요한 이 치료제는 아직 국내에 도입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이 상황에서 한 가족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이렇게 거리로 나서 사람들의 도움을 구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사랑이의 아빠 전씨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걷기로 결정했습니다. 국민들이 모아준 작은 빛들이 모여 거대한 희망이 되었고, 이제 사랑이를 위한 치료의 길이 조금이나마 열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환자가, 모든 가족이 이렇게 거리로 나서야만 희망을 찾을 수 있다면, 이는 과연 옳은 일일까요?

저출산 문제를 이야기하는 오늘날, 우리의 사회가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이렇게 소중한 생명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기 위한 지원입니다. 사랑이와 같은 희귀병 환우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그리고 가족의 행복한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 정부가 나서서 이런 생명들을 구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저출산 대책이 아닐까요?

 

2. 마치며 : 희망의 불씨,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전요셉씨가 모은 후원금은 사랑의 열매를 통해 사랑이를 위해 지정 사용될 예정입니다. 사랑의 열매는 또다시 사랑이를 위한 특별 후원 모금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단지 이번 한 번의 후원으로 끝날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이런 문제에 나서야 합니다. 약값의 부담을 덜어주고, 모든 아이들이 소중한 희망을 품고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제는 정부와 사회가 더 이상 뒤로 물러서지 않아야 할 때입니다. 사랑이를 위해 시작된 이 작은 움직임이 더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야 할 것입니다. 소중한 생명 하나하나가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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